황할머니 갈비찌개


주소 :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사로140번길 30
식사 시간 : 11/21(일) 오후 12:00-13:00
주문 메뉴 : 매콤한 갈비찜 (소), 공기밥 2개, 사이다 1개
대담자 : 이승훈 (비디오그래퍼)

백승균(이하 백): 잘지내셨나요. 요즘은 어떤 일하고 계세요?

이승훈(이하 이): ‘요즘 어떤 일하고 계세요?’ 보다 ‘어떤 재밌는 작업하세요?’ 가 맞는 것 같다. 일이야 너무 다양하고 많은 일들을 하는데 그 와중에 내 얘기를 할 수 있는 작업은 몇 가지만 그렇다. 요즘은 매니악한 활동을 많이한다.

백: 매니악하다면?

이: 특정 계층이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작업들이다.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그 의미를 풀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생각이 특이한 사람들을 만난다. 보통 그런 사람들을 막상 얘기하다보면 피곤할 것 같은데 그들은 그렇지 않다. 자기의 신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열린 마음이다. 제각각이어도 포용력이 있다.

백: 대표님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인 것 같다. 관계 속에서 일의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 그렇다. 거의 모든 사람들을 좋아하는 것도 같다. 그만큼 사람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존중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존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하고 일을 할 때 재밌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상대방이 나를 존중해주지 못할 때. 그 사람과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하지만 500만원 넘어가는 작업은 그냥 하기도 한다. (웃음)

백: 요즘 중개 촬영 현장에서 자주 뵀었는데 ‘문화 충동’이 있는 곳엔 늘 ‘전파상스투디오’가 있는 느낌이었다. 둘의 협업이 인상적이다.

이: 존중을 중요시하고 잘할려고 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문화충동하고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진의든 가의든 존중에 대해 생각할 줄 아는 사람들이랑 일을 할 때 즐겁다. 그래야 역할이 확실히 나눠어져 일도 더 수월하게 진행된다.

백: 협업을 할 때에 무엇보다 존중을 중요시하는 관점이 인상적이다. 또 일을 할 때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는가?

이: 영상을 만들 때 이 영상을 누가 볼 것인가를 잘 생각해야한다. 클라이언트가 돈을 쥐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보기 좋은 영상을 만들 것이 아니라 진짜로 이 영상을 볼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영상을 만들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을 진행할 때 결과물을 이해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득시키는 것까지 중요해진다. 또한 기술자들은 절대 갑이 되어서는 안된다. 전권적인 것을 위임 받았을 때에만 갑이 되어야한다. 보통 착각하게 될 때가 있다. 의뢰를 맡긴 사람이 욕심을 내고 있는 상황이고, 기술자한테 부탁을 하고 있는 상황이 되면 그 순간 내가 갑이 된다고 착각할 때가 있다. 정말 안 좋은 상황이다. 그렇게 현장에 투입됐다면 잘해야한다. 아니면 욕을 먹는다.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끌려나가서 잘못하고 들어오면 상대방은 다음에는 돈주고 다른 애들 써야겠다고 생각해버린다. 하지만 사실 그게 맞다.(웃음) 못하면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는 것이 현실이다.

백: 그래도 일을 하다보면 실수도 발생하지 않는가. 혹시 일을 하다가 실수를 하거나 사고를 내본 적은 없는가?

이: 대부분의 사고는 내 역할이 벗어나는 것들을 내가 가능하다고 말할 때 일어나는 것 같다. 처음엔 그런 사고가 많았다. 그래서 많이 혼나면서 사고를 줄이는 방법을 체득한 것 같다. 이제 능력이 있는만큼만 약속한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인 것 같다. 프로는 약속한 것과 자신의 능력이 일치한다.

이: 다른 얘기지만 요즘 재밌는 생각을 하게 됐다. 혹시 승균 작가님은 빚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는가?

백: 처음 을지로에서 살 때 돈이 너무 없으니까 카카오 대출 3백만원을 받았었다. 너무 무겁게 생각하기 싫어서 이건 빚이 아니라 투자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몇 달을 일해도 벌 수 없는 돈이었다. 저축을 통해 모으려면 그 당시 기준으로는 1년을 일해야 받아야했지만 1~2년 뒤에 3백만원짜리 일을 받아서 갚자는 마인드였다. 대신 지금 내가 성장할 수 있는 돈이 당장 필요해서 빚을 져본 적이 있다.

이: 채무는 언제 어느 시대에서나 무겁고 힘든 것이었다. 유일하게 채무해놓고 그나마 떳떳할 수 있는 건 부모님인데 한가지 사실을 깨닫고 채무에 대한 개념이 한 번 깨진 적이 있다. 바로 나의 채무와 작업 능력은 연결되있지 않다는 것이다. 신용불량자가 되어도 내가 능력이 있으면 사람들이 날 쓰기 마련이다. 우리가 사업가들의 성공 시나리오를 보면서 그냥 넘어가는 것이 있다. 그들 또한 늘 빚이 있었고, 손실을 감수하지만 다시 이익을 낸다.

백: 채무 때문에 자신의 무능력을 탓하고 자신감을 잃을 수도 있다. 반면 채무와 능력은 아무 관계가 없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마치 승훈 대표님의 인생 경험에서 얻은 통찰 같다. 어떤 경험에서 비롯된 것인지?

이: 살면서 빚을 진 환경을 경험해보지 않았었으니까 처음엔 힘들었었다. 이자 못내고, 신용불량자가 되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현금을 떼고 받을 수도 있다. 가족명의로 사업자를 내고 활동을 할 수도 있고 그냥 다 방법이 있고 탈출구가 있음을 알았다. 대신 절대 잃으면 안되는 것은 인간적 신용이다. 그것만 깨지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있다.

백: 혹시 지금은 그 채무를 다 갚았는지?

이: 지금도 빚이 있다. 부동산 담보 대출만. 내년 목표는 부동산을 다파는 것이다. 미니멀리즘으로 가고 싶다. 이자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자유로워질 수 있으면 좀 더 담대한 사람이 될 것 같다. 일을 받을 때에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한가지 더. 금전적 빚보다 마음의 빚도 중요하다. 인간성이란 그런 것에도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자신이 짊어져야할 마음의 빚을 상대방에게 맡겨버리는 경우도 있다.

백: 혹시 나도 다른 사람에게 내 마음의 빚을 떠넘긴 적은 없는지 반성하게 된다. 뒷 얘기도 궁금하지만 어느덧 밥을 다 먹은 것 같다. 오늘 함께 먹어서 더 든든한 한끼가 된 것 같다. 다음에 또 만나서 좋은 얘기 나누면 좋겠다.

이: 나도 덕분에 잘 먹었다. 다음에는 어디가냐

백: 또 먹으러 간다. 조금 쉬었다가 다른 데로 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