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 나라

주소 : 충북 청주시 청원구 율봉로187번길 24
식사 시간 : 11/10(수) 오후 13:00 – 14:00
주문 메뉴 : 독일식돈까스, 치즈돈까스
대담자 : 전혜원 (사업가, 래퍼)

백승균(이하 백) : 우리가 이번에 노포 아카이브 준비를 하면서 사실 가장 먼저 떠오른 게 네가 데려가준 돈까스나라였거든. 노포의 기준이 누구는 30년이라는 물리적 기준을, 또 누구는 노포의 외관적인 규칙을 정하기도 하는데 그냥 우리가 자라오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한 집을 꾸준히 갔다는 게 진짜 노포잖아. 우리도 이제 서른을 앞두고 있으니까, 적어도 20년?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인 것처럼, 가장 개인적인 경험이 가장 두루 공감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전혜원(이하 전) : 나도 마찬가지로 내가 누군가에게 청주의 맛집을 소개한다면 일반적으로 사라들이 떠올리는 노포의 감성은 아니지만 돈까스나라를 항상 생각하는 것 같아. 실제로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생겼을 때, 나의 개인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데려가는 식당이기도 하거든.

백 : 태어나서 고등학생 때 까지 율량동에 살았다고 했잖아. 그동안 돈까스나라를 몇 번이나 간 것 같아?

전 : 의미 없는 질문인 것 같은데. (웃음) 거의 매 주 한 번은 왔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 지금 기억나는 건 초등학교 때는 뭐 용돈 이런 개념도 없었잖아. 근데 하루는 돈까스나라 돈까스가 너무 먹고 싶어서 온 집안을 뒤져서 동전을 6,500원을 모았어.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지금은 가격이 조금 올랐지만 그 때 돈까스 가격이 6,500원이었던 것 같아. 그래서 배달 주문을 했지. 그리고 고등학교 때에도 주말에 친구랑 학교 끝나고 학원 가기 전에 거의 항상 왔었지. 그래서 요새 고등학교 친구들 만나면 항상 ‘돈컨’을 가자고 해.

백 : 돈컨?

전 : 그냥 우리끼리 부르는 이름인데, 돈까스나라에서 ‘나라’를 ‘컨츄리(country)’라고 부르는 거야. 그냥 우리끼리. 그걸 줄여서 ‘돈컨’이 된 거지. 왜 ‘돈나’라고 안 부르는지는 나도 몰라. 그냥 그렇게 됐어.

백 : 이것도 뭔가 느낌이 좋은데? 그리고 24살 때 여기 옆 골목에 어글리밤이 와이홀이라는 공간을 만들면서 나도 여기를 처음 와봤는데, 그 때 특이한 메뉴를 하나 봤었어.

전 : 독일식 돈까스 말하는 거지? 내 친구들 원픽메뉴가 매운맛 독일식 돈까스거든. 여기는 소시지랑 치즈가 들어있어. 근데 친구들이 하는 말이 소시지가 딱 어릴 때 먹던 소시지라서 더 좋은 것 같다고, 더 비싼 소시지 넣었으면 이 맛이 안 났을 거라고 하는 게 기억이 나네.

백 : 자주 오니까 추억이 많을 것 같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있어?

전 :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기보다는 그냥 무생물 친구인 것 같아. 표현이 웃긴데. 군대에서도 휴가 나오면 한 번씩 왔었고, 친구들이랑 여행 갔다 와서도 갔고, 가끔은 포장하고, 율량동 친구들 있는 단톡방 보면 2-3일에 한 번은 ‘돈컨’이나 ‘돈까스나라’이야기가 나오니까 이제는 친구 이름 같기도 하고. 굳이 하나를 꼽자면 친구가 해 준 이야기인데, 여기는 스파게티도 팔아. 파스타 아니야, 스파게티야. 어쨌든 근데 스파게티 소스가 돈까스 소스랑 똑같거든? 그래서 친구가 항상 배달 주문할 때 돈까스 소스를 조금 많이 달라고 한 다음에 면만 삶아서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었다는 에피소드가 있긴 해. 아, 그리고 참고로 나 여기 전화번호도 외웠었어. 배달을 너무 많이 시켜서. 043-215-0008.

백 : 혹시 그럼 아쉬운 점도 있을까?

전 : 최근에 테이블과 의자를 바꾸셨어. 원래 전에는 옛날 소파에 전기장판을 깔아서 약간 그 맛이 있었는데, 지금은 현대식(?) 테이블이라서 감성이 좀 안 살지. 근데 예전에는 홀 손님을 세 팀 밖에 못 받았는데 지금은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는 좋지. 웨이팅 안 해도 되고. 그리고 솔직히 이거는 내 개인적인 바람인데, 이 구성에 스프랑 빵까지 나오면 진짜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은데 그게 아쉽지.

백 : 네 말 듣고 보니까 진짜 스프랑 빵이 있으면 훨씬 만족스러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그러기에는 돈까스 양이 너무 많은데?

전 : 다 먹을 수 있잖아.

백 : 그건 그런데… 음, 내가 생각한 노포의 특징은 사장님만큼이나 단골 손님들이 가게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거였어. 그런 지점에서 전혜원이 직접 돈까스나라를 200% 즐길 수 있게 설명이나 팁을 준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걸 보는 사람들에게.

전 : 일단, 돈까스나라는 소스를 사골로 만들고요. 배달이나 포장은 소스를 따로 주는데 돈까스나라는 무조건 부먹으로 드셔야 해요. 그러니까 홀에서 드시면 좋고. 약간 식어서 눅눅해진 돈까스를 먹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재미니까… 그게 식은 상태로 소스에 찍은 거랑 다른 거 아시죠? 그리고 확실히 20대 초반까지는 돈까스 주문하면서 무조건 밥 한 공기 더 달라고 했는데 지금은 밥은 더 못 먹겠더라고. 대신에 마카로니 샐러드를 가끔 더 달라고 해, 나 말고도 마카로니 더 주문하시는 분들도 많이 봤어. 이거 진짜 마약이야. 여러분 꼭 드셔보세요.

백 : 내가 생각한 단골 인터뷰와 너무 잘 어울려서 만족스럽다. 사실 깊은 이야기도 좀 하려고 했는데 노포 감성처럼. 이런 경양식 레스토랑스러운 분위기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기 힘들기도 하네.

전 : 어? 여기 술 사와서 먹어도 될 걸. 지난번에 물어봤거든.

백 : 미X놈아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