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소 : 충북 청주시 청원구 1순환로 357
식사 시간 : 11/29(월) 오후 19:30 – 21:10
주문 메뉴 : 삼겹살600g, 항정살 200g, 곱창 200g, 냉면 1그릇, 공기밥 2그릇, 맥주 1병, 탄산수 1병, 사이다 1병
대담자 : 이다현
전혜원(이하 전): 파절이도 청주에서 시작했다는데 알고 있었는지?
이다현(이하 이): 몰랐다. 초등학교 때부터 살았으니까 거의 청주 사람이긴한데 그동안 청주에 큰 관심 없다가 동네기록관 덕분에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됐다.
백승균(이하 백): 올해 1년 동안 동네기록관 사업을 하면서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없었는지?
이: 오래된 것들을 대할 때는 조심스러워진다. 지금까지 잘 이어지는 곳도 있지만 이어지지 않는 곳은 왜 잘 이어지지 않을까 고민해보게 되는 지점이 생긴다.
백: 듣고 보니 <노포 더 레거시> 기록 작업은 감정적으로 더 편했던 것 같다. 지금 우리가 기록하고 있는 노포는 지금까지 잘되고 있어서 남아있는 곳이니까.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것들을 기록하다보면 어떤 것들은 사라지고 있다. 가끔 그런 것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할지 고민이 생긴다. 동정심은 불편한 감정이다. 오만해지는 것 같다.
이: 실제로 요즘 영업이 잘 안되는 노포를 간 적 있다. 인터뷰를 해보면 불만이 많으시다. 잘 안되니까 시에서 이것을 해줬으면 좋겠다, 저것이 문제다라고 말씀하신다. 한편 자부심이 많은 노포들도 있다. 혹시 마늘 구우려고 하는데 생으로 드시는 것 좋아하는지?
백: 구워서 먹는 것 좋아한다.
전: 요즘 회사와 단체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공간은 두 곳으로 나뉘어져있다. 저는 성안길 페인팅룸 밑그림에서 업무를 보는데 밑그림에는 2명, 청년뜨락5959 우주개구리 사무실에는 3명 있다. 직원들 월급은 대부분 지원금 받은 것으로 지급한다.
백: 5명은 어떻게 모이게 된 것인가?
이: 전부 면접 보고 뽑았다. 아예 모르던 사람들과 일한다. 그래도 청주가 좁은게 면접을 보는데 다 건너 건너 아는 사람들이 오더라. 프로깅이라는 회사는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우주개구리 단체가 얼굴 역할을 하다보니까 저는 직접적으로 모르더라도 건너 건너 아는 사람들이 온다.
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과 일할 때 차이가 있는지?
이: 차이를 두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잘 지낸다. 만약 3명이 친했다가 새로온 2명이 오면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으니까 최대한 안 친한 척 한다. 오히려 편하다. 느슨한 관계 요즘 필요하지 않느냐.
전: 저는 말만하고 실천을 안한다. 끈끈한 연대! 혹시 일하다가 나간 사람은 없나?
이: 아직 들어온 사람 중에 나간 사람은 없다. 고용직으로 뽑혀서 나간 사람은 없고 프로젝트 팀으로 일하다가 나간 사람들은 있다. 보통 인건비 지원 기간은 짧기 때문에 짧게 짧게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갔다. 느슨한 연대 하는 이유는 상대가 느슨한 것을 원하는데 제가 끈끈한 것을 원하면 안되지 않느냐. 돈으로 얽히면 관계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느슨하게 가는 것을 추천한다. 너무 끈끈해지면 제가 상대에게 바라는 것이 많아진다. 지금은 적당히 바라게 된다.
전: 나는 이거 풀리면 죽어버릴거다(?) 무조건 연결고리!
이: 저도 때에 따라서 다르긴 하다. 일이 많으면 끈끈해진다.
전: 제가 운영하는 어글리밤은 직원은 1명이고, 임원급 프리랜서가 1명 더 있다. 수석 프로듀셔이자 엔지니어이자 DJ이다. 근데 오늘 회의에 40분 늦었다. 회의 시작 30분 전 내가 전화도 했는데 말이다. 하지만 혜원이형은 봐주겠지하면서 넘어가는 것도 같다. 봐주진 않고 뭐라고하는데 짤릴 일이 없으니까 그런 것 같다. 너무 끈끈해도 문제다. 하지만 청주에는 그만큼 프로듀싱, 엔지니어링, 디제잉을 갖춘 인재가 없다. 뭐 어쨋든 창의성이 필요한 작업, 서류 작업, 대외적인 활동 각자 잘하는 것을 분업하여 일하고 있다.

백: 다현씨는 청주 말고 타지역에 일이나 놀러가는 경우는 없는지?
이: 원래는 서울-청주 자주 왔다갔다했다. 서울에는 전시 보는 목적으로 가곤 했다. 최근에는 보러간지 오래됐고 가게 된다면 이곳 저곳 다 돌고 오는 편이다. 기억에 남는건 예전에 오랜만에 인사동엘 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변한 것 같아서 이제는 잘 안 갈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새롭고 실험적인 것은 보기 어려웠다.
백: 요즘은 그럼 인풋을 어떻게 받는 편인지?
이: 원래는 대외활동, 문화생활이었는데 요즘은 유튜브 아니면 넷플릭스를 통해서 영감을 받는다. 또 예전과 달리 요즘은 사업적인 관점에서 무언가를 보게 된다. 예전에는 개인적인 작업을 위한 인풋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무언가를 보더라도 작품의 요소로 보았다면 이제는 회사가 생존해야하니 사업 아이템으로 본다.
전: 그럼 요즘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는가?
이: 우주개구리, 프로깅 나누어서 설명한다. 처음 보는 분들께는 우주개구리 대표라고 설명하는 편이다. 이제는 전시공간으로 쓰던 Room122가 사라져서 못내 아쉬운 부분도 많다. 회사는 아직 생존 단계를 못 벗어났다. 유지해야한다. 사업 모델이 없는데 사람만 늘어나서 이 가족들을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가,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 고민이다. 지원 사업만 계속할 수 없는 노릇이니 주변에서도 다들 똑같이 하고 있는 고민 같다.
전: 저는 어글리밤을 키울 생각이 없다. 딱 이렇게 하면서 나의 성장을 목표로 한다. 출근도 잘 안 한다. 일주일에 월요일 딱 하루 회의 하고, 일도 각자 알아서 따로 하고. 근데 회식은 같이 한다(웃음)
이: 회식 중요하다. 회식은 같이해야 한다. 예전에는 회식 싫어한다고 했지만 요즘은 회식이 좋다. 회식 아니면 같이 놀 기회가 없다. 그런 형식적인 것이 재밌다. 예전에는 워크숍 오라고 하면 싫었다. 하지만 요즘은 워크숍 아니면 재밌게 놀 곳이 없다.
전: 점심 메뉴만 봐도 이 사람 어떻게 사는지 안다. 점심은 뭐 먹었는가. 나는 돈까스다.
이: 저는 샌드위치. 오전에 동네기록관 네트워킹 행사할 때에 빵을 나눠주었다.
백: 안 먹었다. 오늘 동네기록관 촬영을 헀는데 촬영 전에 잘 안먹는다. 얼추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점심 메뉴를 보면 라이프스타일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백: 혹시 다현씨 평소 성안길에서는 어떻게 끼니를 챙기는지 궁금하다.
이: 성안길에서는 밥 먹을 때가 마땅치 않다. 가끔씩 한식 뷔페를 가고 아니면 햄버거, 마라탕, 일식 등 매일 먹는 끼니로는 마땅치 않은 것들을 먹는다. 또 엄청난 실천은 아니지만 배달을 시켜 먹으면 일회용 용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자제한다. 지금 회사가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는 진입을 했는데 ‘사회적 기업’으로 가는 도약에 있어서 청년예술가와 협업하는 정도의 사업적 모델은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이왕이면 관심 있는 환경을 주제로 다양한 작업을 해보고 싶다.
전: ‘달장’ 가보면 그런 것 많다. 괜히 그 곳엔 테이크아웃 잔을 들고 가기 눈치 보여서 다들 머그컵으로 사용하더라. 디테일이 살아있다. 저는 그냥 스타벅스에서 빨대 안 받는 정도. 지금 스타벅스 다이어리 받으려고 프리퀀시 모으는 중이다.

백: <노포 더 레거시>도 기록 작업이다보니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기록 작업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더라. 다현씨는 올해 어떤 기록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는가?
이: 세대간 갈등 해결을 위한 사업을 진행했었다. 세대가 다른 두 사람을 앉혀놓고 ‘자 소통해봐’ 라고 할 수 없으니 매개체로 자서전을 넣었다. 자서전을 만들다보면 자연스럽게 너의 얘기, 나의 얘기를 하니까. 처음엔 부모와 자녀를 대상으로 설정했었지만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다. 아무리 화목한 가정이라고해도 부모와 자녀가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모집했다. 그렇게 모집 된 인원은 청년 둘, 중년 둘, 아이 한 명이었다. 그 중에 부모 자녀 관계가 한 팀 있었고, 나머지는 각자 따로 했다. 그 과정은 정말 정신 없이 지나갔다. ‘기억록’과 함께한 프로젝트였는데 올초에 한 번 했다가 이번에 또 한 번 같이 하게 된 사업이다. 아까 말했듯 올해는 너무 많은 지원 사업을 받아서 수행하다보니 이것에만 집중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참여자분들은 아무래도 평소에 자기 얘기를 할 기회가 없고 결과물로 책까지 나와서인지 다들 만족도가 높았다.
백: 참여자 연령이나 특성에 따라서 말투와 진행법, 템포가 다 달라야하는데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다.
전: 아는 지인 중에 참여자가 있는데 첫 모임부터 정말 좋았다고 했다.
백: 개인적으로 나에 대한 기록도 할 수 있는 작업이 좋은 것 같다. 저는 기록을 하는 대상들이 나와 닮아있는 것들,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것들이어야 동기부여를 받는 편이다. 사회적인 의미만 있고 개인적인 의미가 없는 것들은 처음엔 재밌게 임하다가도 나중에는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때문에 스스로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나만의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노포 더 레거시>를 하면서도 개인적인 의미를 심어놓았다. 지금 우리가 돌고 있는 노포보다는 버텨온 세월이 짧지만 저의 부모님도 동네에서 배달 음식점을 하신지 20년이 다되어간다.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한 가게다. 20년이라는 세월에 의미를 부여하려다보니 부모님의 가게로부터 내가 받은 영향들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떤 것들은 명확하게 마주하기 어려웠다. 때문에 청주에서 노포를 기록해나가면서 음식 장사하시는 분들을 계속 만나보고, 공간을 경험하면서 어떤 감정들이 축적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 과정을 통해 성숙한 마음이 자라고 나면 엄마, 아빠를 다시 한 번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이: 남들에게 이 기록을 왜해야 하는지 설득력이 필요한데 우선은 나부터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 예전에는 나도 설득을 못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하기 어려웠다.
천연탄산수를 시킨다.

이: 아, <고려불고기>가 오래 되긴 했나 보다. 택시 기사님한테 말씀드리니까 알고 계셨다.
백: 저도 택시기사님에게 추천 받은 곳이다. 처음엔 백년가게, 안심식당 보면서 했는데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참조했는데 그 때에는 나오지 않는 곳들을 기사님을 통해 많이 알게 되었다.
이: 청주에는 특산품이 없어서 뭐 한 가지 추천하기 어렵다.
백: 정말 그렇다. 지난주 쯤 로컬에 관심 많은 지인이 생일이어서 청주 특산품을 선물해주려다가 한번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맥아당제과의 직지빵을 사가려다가 말았다. 특산품은 아니지만 선물 주기에는 흥흥제과의 디저트들도 괜찮을 것 같았는데 그것도 사려다가 말았다. 청주의 전통이 느껴지지는 않으니까..
전: 그럴 땐 청주 오믈렛 나쁘지 않다. 생각보다 사람들 청주 오믈렛 좋아한다. 아니면 본정 초콜렛?!
백: 항정살이 다 익었다. 타기 전에 얼른 먹자.
전: 항정살 저항감이 좋다. 입 안에 넣었을 때 저항력. 수요미식회에서 배웠다. 대방어회 먹을 때에도 쓰인다. 곧 대방어철이지 않나. 여기서 5분 걸어가면 황금어장이라고 있다. 거기 대방어 맛있다. 집이 여기랑 가까워서 안다.
이: 다들 새가덕 순대라고 아는지? 육거리시장에 있는 건데 거기 진짜 맛있다. 거기 너무 맛있어서 어제도 저녁 8시 반에 갔는데 항상 손님이 있다. 여기 4배 정도 되는 크기인데 거기는 늘 꽉 차있다.
전: 라스트오더 9시다. 지금 8시 54분. 이제 냉면도 시켜야겠다. 이모 여기 냉면 하나 주세요.
이: 막간 상식 퀴즈. 식당에서 쓰는 공기밥 그릇은 왜 이 쇠밥 그릇인지 알고 있는가? 원래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봉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옛날 사진 보면 그릇 넘치게 해서 밥을 먹었다. 하지만 1970년대 쌀이 부족해지면서 정부가 밥을 적게 먹자는 ‘절미운동’의 취지로 식당에 스텐 공기를 보급했다. 여기에 밥을 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고, 3~4번 어기면 영업 금지였다고 한다. 밥을 줄여서 이 정도 양이 정량인 것처럼.
백: 오 몰랐던 사실이다. 이제 냉면도 다 먹고 일어날 때가 된 것 같은데 내일은 뭐하는지?
이: 오늘 했던 일 이어서 한다. 연말이다보니 정산할 것이 많다. 돈 다 쓴 다음에 10일까지는 서류를 완성해서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서류 작업도 해야 한다.
백: 지금 만나는 사람들마다 전부 그 얘기다. 화이팅하길 바란다.
일동: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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